예금보험공사 창립 30주년을 맞아 ‘30’을 주제로
임직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숫자 30에 담긴 특별한 의미와 각자의 추억을 함께 만나봅니다.
오늘따라 예보광장에 올라온 ‘숫자 30 이야기’ 원고 모집 게시글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공사의 시작과 함께 출발했던 나의 시간도 어느덧 30년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30주년을 맞은 이 순간, 짧게나마 글로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과연 내게 ‘3으로 시작된 30년’은 어떤 의미였을까. 얼마 전 관악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세 번 오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였다. 산에 오르며 자연스럽게 음양오행과 동양 수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숫자 3이 ‘시작’을 의미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새싹이 땅을 뚫고 올라오듯, 3은 시작과 성장, 그리고 확장을 상징하는 숫자라고 한다.
나의 첫 번째 3. 1996년 6월 3일 월요일. 1996년 6월 1일 창립일에 이어진 그날은 전 직원 43명이 처음으로 함께 근무를 시작한 날이었다. 공사의 첫 출발이자 나의 사회생활 첫날이기도 했다. 삼성동 태원빌딩 3개 층에서 총무부, 조사분석실, 업무부 세 부서가 첫 업무를 시작했고, 나 역시 그 공간에서 사회인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나의 두 번째 3. 1996년 창립과 함께 시작한 첫 업무 중 하나는 당시 조사분석실 실장님의 지시로 국내외 예금보험 관련 자료를 수집·관리하는 일이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인터넷 정보가 풍부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이메일과 팩스로 외국 예금보험기구에 자료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미국과 캐나다의 예금보험기구에 직접 간행물을 요청해 국내에서는 접할 수 없는 예금보험 관련 자료를 하나하나 모아 나갔다. 그렇게 축적된 자료들은 예금보험제도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소중한 기반이 되었고, 언젠가는 예금보험 관련 전문자료를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우리 공사가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일했던 기억이 난다. 이듬해 IMF 외환위기를 맞으며 공사의 역할은 급격히 커졌다. 1998년에는 서울 중구 다동 33번지로 사옥을 이전했고, 직원 수도 수십 명에서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공사가 성장하는 모습과 함께 나 역시 성장했을 것이다.
나의 세 번째 3. 공사의 시작과 함께 출발했던 나의 시간도 어느덧 30년. 20대에는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30대에는 결혼과 출산, 40대에는 일과 육아를 함께하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은 50대가 되어 또 다른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선 앞에 선 기분이다. 돌아보면 화려한 성과를 내세울 일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의 성장을 돕고 조직의 역사를 함께 쌓아온 시간들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숫자 3을 좋아한다. 3은 시작을 의미하고, 봄을 닮았으며, 성장과 희망을 품은 숫자이기 때문이다. 나무가 땅을 뚫고 새싹을 틔우듯, 나 역시 남은 재직 기간 동안 더욱 깊은 뿌리를 내리고 더 큰 나무로 성장하려 한다. 예금보험공사의 새로운 30년과 함께, 나의 또 다른 시작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왜 30km부터가 진짜 시작인가
마라톤은 42.195km를 쉬지 않고 달려 완주하는 종목입니다. 어림잡아 예금보험공사에서 인천공항(영종도)까지 쉬지 않고 뛰어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개는 이 긴 거리를 달리는
내내 똑같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라톤은 통상적으로 30km 전과 후로 나뉘며, 두 구간의 힘듦은 비교할 수 없습니다. 마라톤을 준비하고 출전하는 모든 마라토너가
열심히 준비하지만, 대다수는 30km 이후 구간에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속도가 느려지고 힘이 없어 걷게 되거나, 심한 경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포기합니다. 그만큼
30km 이후의 구간은 ‘마라톤의 벽’이라 불리는 구간입니다.
마라톤에서 30km 지점은 단순히 ‘조금 더 힘들어지는 구간’이 아닙니다. 우리 몸의 연료가 한계에 가까워지는 지점입니다. 흔히 사점(死點)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몸이 달릴 때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연료는 탄수화물입니다. 그런데 몸속에 저장된 탄수화물은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30km 정도를 달리면 대부분 소진됩니다. 즉, 30km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
스마트폰으로 치면 배터리가 거의 방전된 것과 같은 상태가 됩니다.
이때부터 몸은 상대적으로 효율이 낮은 체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더 많이 사용하기 시작하며, 이 과정에서 급격한 무력감이 찾아옵니다. 뇌는 몸을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고, 다리는
굳어버리며 호흡은 가빠집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하던 발걸음 하나하나가 기적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바로 이때입니다. 결국 그전까지의 30km는 몸에 축적된 연료로 달리는
‘체력전’이었다면, 30km 이후의 남은 거리는 체력뿐 아니라 정신력과 의지까지 모두 끌어내야 하는 ‘진짜 레이스’가 됩니다.
뛰어본 사람만이 안다는 마라톤의 진짜 얼굴은 바로 이 30km에서 시작됩니다. 이 지옥 같은 30km 이후의 순간을 버텨내기 위해 마라토너들은 평소 훈련할 때 일부러 30km
이상의 거리를 꾸준히 달립니다. 체력이 좋은 상태에서 달리는 연습이 아니라, 이미 온몸의 연료가 바닥나고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워진 ‘최악의 상태’를 몸과 마음에 미리 익히는
것입니다. 지치다 못해 쓰러질 것 같은 순간에도 본능적으로 발을 앞으로 내딛는 감각을 몸에 익히는 것, 지름길이 없는 마라톤에서 이 정직하고 혹독한 반복만이 30km의 벽을 버티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사람들이 마라톤에 도전하는 이유
이 힘든 과정을 거쳐 마침내 완주했을 때 손에 쥐어지는 것은 완주 메달 하나뿐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내면에 남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가장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을 스스로 이겨낸
사람은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을 얻게 됩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많은 어려운 문제 앞에서도 “나는 그 힘들다는 30km의 고통도 버텨내고 끝까지 달렸던 사람입니다.”라는
경험은 삶을 살아가는 큰 자신감이 됩니다.
마라톤은 단순히 먼 거리를 달리는 기록 시합이 아닙니다. 30km라는 한계 뒤에 숨겨진 진짜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경험입니다. 지루하고 힘든 일상에서 나만의 단단한 성취감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쯤 마라톤이라는 정직한 도전에 발을 들여보시길 권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하나도 받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어느 자리에 있든 스트레스가 없을 수는 없기에 회사 밖에서 나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잘 푸는 것이 원활한
회사생활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해야 잡념이 사라지는 편이라 지난해부터 배드민턴을 시작했습니다. 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레슨을 신청했고,
올해 드디어 30회차를 달성했습니다. 배드민턴을 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건강도 많이 챙길 수 있었습니다. 30회나 꾸준히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 꽤 뿌듯합니다. 예보 창립
30주년을 맞아 여러분도 운동 30번에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몸 건강은 물론 마음 건강까지 함께 챙길 수 있으니 강력 추천합니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발간된 30년사 편찬 작업에 참여하면서 여러 의미 있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30년사는 사진을 많이 담아 가독성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그중 일부
사진은 공사에 사진작가님을 모셔 직접 촬영했습니다. 10년 전 사사 편찬 때는 직원을 차출해 연출된 장면을 촬영했지만, 이번에는 직원분들께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공간 위주로
촬영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자 작가님께서 점점 연출에 욕심을 내셨고, 저는 어느새 공사 곳곳에서 직원이 되었다가 방문객이 되었다가 하며 촬영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명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기획조정부 팀원들과 제 동기들에게 돌아가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사진들을 채워 발간된 30년사를 받아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갑작스러운
부탁에도 기꺼이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급류. 2022. 정대건. 민음사
정대건 작가의 장편소설 <급류>는 삶의 가장 깊은 곳에 같은 모양의 흉터를 지닌 두 청춘, 도담과 해솔의 성장 서사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한밤중 계곡의 비극적인 사건을
뿌리로 삼는다. 고등학생이던 도담과 해솔은 각자의 부모인 창석과 미영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이들이 남몰래 만나던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과 함께 두 시신이
발견되면서, 단순한 사고를 넘어 두 주인공의 인생관과 정체성을 영구히 잠식하는 거대한 트라우마가 된다.
같은 상처를 입었지만, 도담과 해솔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자기 파괴적인 길을 걷는다. 도담은 가정적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환멸에서 비롯된 ‘냉소주의’로 자신을 무장한다. 그는 사랑과 인간관계에 대해 불신하며, 이해받고 싶은
갈망과 끝없는 자기연민 사이에서 불안하게 방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해솔은 창석과 미영의 죽음, 그리고 도담의 고통에 대한 죄책감을 짊어진 채 자기 파괴적인 ‘사명감’에
휩싸인다. 그는 스스로를 헤어 나올 수 없는 고통 속으로 몰아넣으며 외로워하고, 반복되는 자책감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소설은 이들의 14년의 세월을 1부부터 3부까지 밀도 있게 다룬다. 1부가 사건의 발생과 그 직후의 충격을 그렸다면, 2부는 대학 시절의 어설픈 사랑과 이별을 통해 서로에게 기댈
수도, 온전히 헤어질 수도 없었던 이들의 모순된 관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3부에서 물리치료사가 된 도담과 소방대원이 된 해솔의 모습은,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정작 자신의 마음속의 공허는 메우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통해 그들의 상처받은 내면을 드러낸다. 소설은 4부에서 가장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한다. 화재 현장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해솔은 비로소 삶에 대한 집착과 죄책감을 내려놓을 기회를 얻는다. 그는 도담과 다시 연인이 되어 과거를 매듭짓는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데, 바로 바다장을 치렀던 아버지 창석을 추모하러 가는 장면이다. 이 행위는 단순히 죽은 자를 기리는 것을 넘어, 두 사람이 비로소 14년간 짊어졌던 상실과 죄의식의
짐을 함께 내려놓고 서로를 이해하며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음을 상징하는 듯하다.
<급류>는 트라우마가 어떻게 한 인간을 빚어내고, 또 어떻게 불안을 거쳐 온전함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청소년기에 겪는 이해할 수 없는 커다란 비극은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처벌과도 같다. 그것은 연약한 방어기제를 헤집어 놓고, 성인이 되어서도 부자연스러운 감정 패턴을 형성하게 하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행동을 유발하고, 때로는
도담과 해솔처럼 자기 파괴적인 길로 내던져버리는 것 같다.
<급류>가 20만 부 판매라는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이 지점에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은 단순히 주인공들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독자들
자신의 불안했던 어린 시절, 혹은 현재 모습의 엉성하고 희미한 조각들을 언어로 한데 끄집어내어 거울처럼 비춰준다. 도담의 냉소와 해솔의 자기 파괴적인 모습에 공감하는 것은, 결국
우리 내면의 미성숙하고 상처 입은 자아와 마주하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들의 고통을 통해 자신의 상실감이나 사랑에 대한 기억을 투영하고 위로받는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