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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탐방

일하는 시간은 익숙하게, 일상은 새롭게
캄보디아 프놈펜에서의 하루

프놈펜사무소 김상현 선임조사역

해외 근무, 새로운 일상

해외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던 중 좋은 기회가 주어져 2023년 7월부터 캄보디아 프놈펜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소에서는 캄보디아 소재 자산관리 업무와 동남아시아 국가 대상 예금보험제도 관련 기술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과는 분명 환경이 다르지만,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출근길에 커피를 사서 사무실로 향하고, 사무실 내에서는 대화나 통화가 대부분 한국어로 이루어져 평일 낮에는 외국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현지인과 만나거나, 텔레그램으로 연락할 때면 외국에 나와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현지 근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한국보다 저녁 시간을 길게 활용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퇴근 후에는 장을 보고 간단히 저녁을 만들어 먹은 뒤, 근처 공원에서 가볍게 조깅을 하고 나서도 하루가 아직 남은 듯한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진흙이 튀었지만 브이

주말에는 지방 소도시로 짧은 여행을 떠나거나 프놈펜 시내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곤 합니다. 지방 소도시에서는 프놈펜과는 또 다른 풍경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캄폿에서는 영화 알 포인트의 촬영지를 직접 가보고, 크라체에서는 메콩강에서 카약을 타고 민물 돌고래 떼를 마주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프놈펜에서는 로컬 맥주 회사가 주최한 콘서트에서 가수 싸이의 공연을 보거나, 슈퍼카 퍼레이드와 같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경험할 기회도 종종 있었습니다. 또한 올해 3월에는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프놈펜에서의 생활에 새로운 추억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프놈펜 마라톤

알포인트 촬영지

익숙해진 낯선 곳

좋은 기억도 많지만, 그만큼 크고 작은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프놈펜 외곽 지역을 방문하던 중 겪은 일입니다. 비포장도로를 지나던 중 차량 바퀴가 진흙에 빠져 움직이지 않게 되었고, 뒤에서 몇 차례 밀어보았지만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결국 근처에 있던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돌아올 수 있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진흙 위에서 씨름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일상에서도 불편한 상황은 자주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예고 없이 끊기기도 하고, 인도가 없어 차도로 걸어 다니고, 배수가 잘되지 않아 비가 조금만 내려도 길이 물에 잠겨 신발이 젖는 일도 잦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도 모르는 사이 이곳의 불편함에도 적응한 것 같습니다. 따뜻한 기후와 여유로운 분위기, 붉게 물든 저녁노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했던 일들도 이제는 어느새 익숙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의 생활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도 얻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늘 시간에 쫓기듯 바쁘게 살았다면, 이곳에서는 조금 더 천천히, 제 속도에 맞춰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의 생활은 단순히 근무지를 옮긴 것이 아니라, 삶의 리듬과 시선을 다시 정비하게 해준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물에 잠긴 프놈펜 시내

캄보디아 식당

김상현 선임조사역 일상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