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에도 유행이 있다면, 최근 가장 주목받는 취미는 단연 테라리움일 것이다.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출연자가 이끼류 식물을 키우는 모습이 소개되면서 대중의 관심도 더욱 높아졌다. 평소 테라리움을 로망으로만 여겨왔던 예보 구성원들도 마침내 이 대열에 합류했다. (사진의 왼쪽부터) 예금보험교육실 이지연 실무역, 해외재산회수TF 안나래 선임조사역, 디지털혁신부 이종범 조사역, 홍보실 정인호 실무역의 테라리움 만들기 현장을 소개한다.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 위치한 ‘해피에버애프터’ 공방에 예보 직원 4명이 모였다. 이 공방은 테라리움을 매개로 식물과 사람의 공생을 꿈꾸는 작은 실험실을 지향하는 곳이다. 체험을
신청한 이유는 각기 달랐지만, ‘경험하지 못한 것에 몰두하며 힐링하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모두 같았다.
체험은 먼저 테라리움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테라리움(Terrarium)은 수족관(Aquarium)의
반대 개념으로, 지상이나 물가의 동식물(주로 식물)을 키우는 공간을 말하며, 특히 테라리움에다 곤충이나 도마뱀 등 동물을 함께 키우는 것을 비바리움(Vivarium)이라고 한다.
나아가 팔루다리움(Paludarium)은 육지와 물이 다 있는 형태의 사육장으로 주로 습지 생태계를 구현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오늘 체험은 동물 없이 식물 중심으로 구성된 테라리움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살아있는 이끼와 습도를 유지하는 구조 덕분에 충분한 ‘생명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강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테라리움 제작의 첫 순서는 각자의 콘셉트에 맞는 피규어를 고르는 일이었다. 바닷속 물고기부터 숲속 동식물, 지브리 애니메이션 캐릭터까지 다양한 피규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 작은
조각들이 테라리움 세계의 주인공이 된다고 하니 참가자 4인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각자 마음에 드는 피규어를 선택했다. 정인호 실무역은 바닷속 세계를,
이지연 실무역, 이종범 조사역과 안나래 선임조사역은 울창한 숲을 콘셉트로 테라리움을 만들기로 했다.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아 신중에 신중을 더해서 골랐어요. 잘 만들어보겠습니다!” 이지연 실무역의 당찬 포부와 함께 본격적인 테라리움 만들기가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먼저 난석을 깔아 배수층을 만든 뒤, 그 위에 흙을 덮어 지형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강사는 “뒤쪽 지형을 조금 더 높게 만들면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구성이 됩니다”라고
설명했고, 이에 따라 모두 분주히 손을 움직였다.
“지형 잡는 것부터가 쉽지 않네요.” 이종범 조사역은 앞뒤 높이를 조절하며 다소 애를 먹는 모습이었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고 묵묵히 자신만의 공간 만들기에 집중했다. 안나래
선임조사역은 지형을 다듬고 중심을 잡아줄 나뭇가지 등을 배치하며 울창한 숲을 만들어갔다. 정인호 실무역은 아이들에게 보여 줄 바닷속 세계를 정성껏 꾸며나갔다. 어여쁜 불가사리
피규어가 어느새 제자리를 찾아가며 생기를 더했다.
다음은 식물을 심는 순서다. 후미타고사리, 하트아이비, 아몬드페페, 피토니아, 타라 등 다양한 식물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참가자들 각자의 콘셉트에 어울리는 식물을 골라 심기
시작했다. 그러나 작은 공간에 식물을 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심었다가 다시 빼고, 또다시 자리 바꾸기를 반복하며 고심한 끝에 마침내 각자의 작은 생태계가 완성되었다.
이어진 순서는 테라리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끼 심기. 보드라운 감촉의 비단이끼, 깃털처럼 섬세한 털깃털이끼 등을 한땀한땀 정성껏 심어가는 네 사람의 모습에서, 이 체험에
얼마나 진심을 담았는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끼를 심는 게 어렵지만, 이렇게 채워 넣으니 생동감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재미있네요.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 체험 내내 말없이 집중했던 정인호 실무역이 테라리움을
완성해가며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색모래로 포인트를 주자, 작은 유리병 안에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펼쳐졌다. 이렇게 완성된 테라리움은 뚜껑을 닫은 채 보관하면 약 2주간 별도의 물주기 없이 유지되며,
뚜껑을 열어둘 경우에는 3일에 한 번씩 가볍게 물을 주는 것이 좋다. 유리병 안의 돌이나 자갈의 마름 정도를 보고 수분 상태를 판단하고, 자라난 식물은 가지치기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끝에서 태어난 작은 생태계. 그 안에는 단순한 장식 이상의 ‘나만의 상상력’, ‘나만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 함께 만들며 힐링하고,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며
감탄했던 시간. 예금보험공사 직원들의 일상 속 쉼표 같은 하루가 아니었을지.

해외재산회수TF 안나래 선임조사역
구도를 잡고 식물과 돌을 자연스럽게 놓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평소에 숲을 좋아해서 집 근처 서울숲에 자주 산책을 가곤 하는데요, 오늘 테라리움을 만들면서 마치 숲을 집 안에 들여놓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뿌듯했고,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될 것 같아요. 최근에 논문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뒤 재충전이 필요했는데, 이번 체험을 통해 재충전을 한 것 같아요. 이제는 어떻게 잘 키워가느냐가 또 하나의 작은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디지털혁신부 이종범 조사역
가장 어려웠던 건 처음 나무나 바위 같은 걸 배치할 때였어요. 완전히 기초부터 시작하는 거라 막막했죠. 어디에 어떻게 놓을지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처음엔 황폐해 보이기까지 했는데, 나무도 심고 돌도 놓고 이끼도 채워 넣으면서 점점 풍성해지는 걸 보니까 보람이 느껴졌어요. 제가 의도한 대로 잘 나온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완성한 테라리움은 집 책상 위 선반에 올려두면 딱 좋을 것 같아요. 혼자 자취하면서 식물을 키워본 적은 없는데, 이번에 만든 이 테라리움이 제 인생 첫 화분이 됐네요. 잘 키워보겠습니다.

홍보실 정인호 실무역
이번 체험은 아이들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신청했는데, 만들면서 아이들이 참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작은 유리상자 안에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바다 세상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평소에도 이런 작은 생태계에 관심은 있었지만 시간을 내어 직접 만들어보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그동안 간직했던 로망을 하나 이뤘다고 할 수 있겠네요. 크게 확장하기는 어렵겠지만 아이들 핑계를 대면서 조금씩 테라리움을 더 만들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예금보험교육실 이지연 실무역
식물을 심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자꾸 쓰러져서 자리를 잡는 데 꽤 시간이 걸렸거든요. 처음엔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의외로 힐링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몰두하다 보니 마음이 정리되는 기분이더라고요. 다음엔 이걸 잘 키워서 조금 더 큰 테라리움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미리 자리도 비워놨으니 바로 가져가 예쁘게 놓아두려고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