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부터 시계방향) 감사실 이은지 실무역, 준법경영실 조민서 주임, IT전략운영부 홍석주 조사역, 홍보실 백남수 책임역, 인사지원부 정성학 선임조사역
이른 아침부터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지난 6월. 예금보험공사 5인이 ‘프런티어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한데 뭉쳤다. 사무실에 앉아서만 지내며 잊고 살았던 모험심을 일깨우고자 그들이 찾은 곳은 강원 평창군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탐험형 동굴인 ‘백룡동굴’.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未知)의 세계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던 예보인들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탐험의 아침이 밝았다. 7시 30분에 예보 본사에 집결한 5명의 ‘백룡동굴탐험대’. 이들은 홍보실 백남수 책임역(탐험대장), 인사지원부 정성학 선임조사역, IT전략운영부 홍석주 조사역, 준법경영실 조민서 주임, 감사실 이은지 실무역으로, 다양한 직급을 대표하여 예보인의 탐험 정신을 보여주기 위해 기꺼이 뭉쳤다. 새벽에 일어나 3시간이 넘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부담감에 몸은 무겁지만, 처음 가보는 미지의 세계를 조우한다고 생각하니 다소 들뜨기도 한 표정들이다.
백룡동굴은 평창군 백운산(白雲山) 자락에 위치한 천연 석회동굴(전체 길이 1,875m)로, 백운산의 ‘백’자와 최초 발견자(정무룡)의 ‘룡(龍)’자를 붙여 지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1979년 천연기념물 제260호로 지정된 이후 2010년까지 미개방되어 있던 백룡동굴은 동굴생성물과 생물이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어 학술적, 경관적, 고고학적, 생물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동굴이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영상 촬영을 위해서는 평창군청 문화재팀의 사전 허가도 받아야 했다. 평창군청은 예보 직원의 탐험기가 유튜브를 통해 소개되면 동굴의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흔쾌히 허가를 해주었고, 탐험 내내 촬영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백룡동굴을 향해 열심히 내달리는 승합차 안. 대원들은 몸은 피곤하지만 끓어오르는 모험심에 차마 눈을 붙이지 못하던 중 Gopro 카메라를 켜고 ‘백룡동굴’ 사행시 놀이도 하며 동굴 입구에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다가올 앞일을 예견이라도 한 듯, 한참을 달린 대원들 앞에는 동화 같은 동강의 풍경이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며 원시의 자연으로 이들을 안내한다.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에 도착한 대원들. 차에서 내리자마자 푹푹 찌는 더위에 금세 땀이 흘렀지만 곧 동굴 탐험이 시작된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바깥 기온이 30도가 넘어요. 그런데 동굴 안 기온은 10도 정도라고 합니다. 빨리 들어가고 싶어요”라며 조민서 주임이 기대감을 내비쳤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쥐를 한번 보고 싶어요. 너무 많이는 말고” 동굴 안에 박쥐가 산다는 말을 들은 이은지 실무역도 개구진 포부를 밝혔다.
오늘의 탐험은 재치 있는 입담의 소유자인 최재훈 가이드가 안내해 줄 예정이다. 평창군청 문화재팀 주무관인 그는 이번 영상 촬영 허가에 도움을 준 실무자이기도 하다. “전국 15개의 개방 동굴 중 유일하게 백룡동굴만 탐험형 동굴로 운영되고 있어요. 동굴 탐험을 위해서는 헬멧, 랜턴, 탐사복, 구조벨트, 장갑, 장화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각자 탈의실에서 복장과 장비 착용 후에 다시 모여주세요.”
가장 먼저 탈의실을 나온 정성학 선임조사역은 “복장과 장비까지 착용하니까 진짜 백룡동굴로 들어가는 게 실감이 나요. 너무 떨리고 설렙니다”라고 하며 살짝 긴장된 모습으로 동굴 탐험을 앞둔 심경을 밝혔다. 새빨간 탐사복을 입은 서로의 어색한 모습에 쭈뼛거리며 다시 마주한 대원들.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큰 함성을 한번 지르고는 동굴로 발걸음을 향했다.
백룡동굴의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 할까. 동굴의 입구까지는 배를 타고 동강을 거슬러 이동한다. 동굴 입구가 절벽 중간에 있기 때문에 배를 정박한 후 설치된 계단을 올라가야 동굴 입구에 다다를 수 있다. 한 사람씩 조심조심 백룡호에 몸을 실은 탐험대원들. 배가 출발하자 마치 현실과 단절된 미지의 세계로 넘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진 듯 동강과 주변의 절벽이 주는 정취에 흠뻑 취했다. 머지않아 울창한 숲 사이에 설치된 계단에 다다랐고, 대원들은 가파른 계단을 올라 마침내 백룡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굳게 닫혀있던 동굴 진입로 문이 열리자 대원들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몸을 숙여 진입로 안으로 향했다. 이제 막 동굴 안으로 진입했을 뿐인데 대원들은 온몸에 전해져오는 서늘한 기운에 ‘와~’하는 감탄사를 연이어 내뱉었다. 신기한 느낌도 잠시, 온통 캄캄한 동굴 벽을 짚으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대원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대원들은 “미끄러우니까 조심하라”고 서로를 챙기며 동굴 안으로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동굴생성물들은 밝은 빛을 쬐게 되면 그 형상이 조금씩 변해요. 그래서 여기 백룡동굴은 원시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고자 동굴 내 조명을 일체 설치하지 않고 있습니다.” 앞장서서 대원들을 인솔하던 최재훈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불편하기만 했던 이 칠흑의 어둠이 한편으론 고맙게 여겨진다.
무사히 동굴 탐험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원들
동굴 안은 시시각각 변했다. 바닥은 평탄했다가도 이내 비스듬해졌고, 천장은 높았다가도 몸을 움츠려야 될 정도로 낮아졌다. 발이 닿는 곳은 모두 미끄러웠고 낮은 천장에 고개를 숙였다가도 이쯤이면 들어도 되겠지 하는 순간 사정없이 ‘쾅’하기 일쑤이다. 앞사람이 부딪히는 걸 보고 조심한다고 하나 별 소용이 없다. 동굴 밖에선 거추장스럽고 덥게만 느껴지던 장비들이 지금은 헬멧부터 장화까지 하나하나 그리 소중할 수가 없다. 랜턴 불에 의지한 채로 얼마나 더 들어갔을까. 최재훈 가이드의 표정이 의미심장하게 변한다. 국내 모든 등산로에 ‘깔딱고개’가 있다면, 백룡동굴에는 일명 ‘개구멍’이 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포복 자세로 기어가야만 통과할 수 있는 이곳에 다다르자 대원들은 ‘올 것이 왔구나’하며 심호흡을 크게 가져간다. 낑낑대며 통과하는 모습을 좋은 각도에서 촬영하고자 장규현 영상PD가 1번 주자로 나섰고 이를 대원들이 뒤따랐다.
탐험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프런티어 정신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도전한다는 것이 더 큰 성장과 깨달음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아 스스로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좁은 구멍을 무사히 통과한 대원들. 옷과 장갑에 묻은 진흙들을 닦아낼 새도 없이 탐험은 계속 이어진다. 이윽고 마주하게 된 동굴 탐험의 마지막 코스, 일명 ‘로마의 궁전’으로 불리는 넓은 광장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잠시 모든 조명기기를 끄고 그야말로 단 하나의 빛도 없는 암흑을 느끼며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억겁의 시간이 만들어낸 원시의 자연 속에 그대로 파묻혀 버린 것만 같은 먹먹함이 밀려온다.
고개를 들어도 별빛 하나 보이지 않는 블랙홀 같은 곳. 대원들은 훗날 시간이 지나도 오늘의 이 어둠과 함께 느꼈던 감정들을 기억할 것이다.
2시간의 여정을 모두 마친 대원들은 다시 바깥의 익숙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백남수 책임역은 “개구멍을 끙끙거리며 기어갔던 경험은 그야말로 극한체험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랜턴 불빛과 대원들 서로의 존재에 의지하며 보낸 경험은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뜨거운 여름에 시원하게 동굴 탐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동굴이란 곳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탐험 욕구를 극도로 자극하는 곳이다. 손목 하나 들어갈 만한 구멍에서 바람이 새어 나오는 것 하나만으로 그 구멍을 파내는데 평생을 보낸 외국 탐험가의 사례도 있으니 말이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개척의 발걸음은 버겁고 두렵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경이롭고 설레는 일이다. 탐험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프런티어 정신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도전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만큼 더 큰 성장과 깨달음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아 스스로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