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터프팅 건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알록달록한 실이 천 위를 촘촘히 메운다.
투박한 손맛으로 한 땀 한 땀 완성해 나가지만,
결과물은
의외로 복슬복슬하고 귀엽다.
이 매력적인 공예의 이름은 바로 ‘터프팅’.
도파민을 자극하는 손맛과 온전한 몰입을 동시에 선사하는
특별한 취미를 찾아 네 사람이 터프팅에 도전했다.
러그부터 쿠션, 액자와 거울 장식까지. 일상에 색을 더하는 다채로운 소품을 만드는 공예가 있다. 바로 실을 천에 박아 넣어 입체적인 무늬와 형태를 만드는 공예 기법인
‘터프팅(Tufting)’이다. ‘다발’을 뜻하는 ‘Tuft’에서 유래한 터프팅은 마치 땅에 모를 심듯 천에 실을 한 올씩 심어 넣는 방식으로, 복슬복슬한 질감과 자유로운 무늬가
매력이다. 작업 방식도 색다르다. 천을 세워두고 터프팅 건으로 ‘드르륵’ 소리를 내며 실을 쏘아 넣다 보면 손끝으로 전해지는 짜릿한 손맛에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작업은 도안과 실을 고르면서 시작된다. 같은 공간에 모인 네 사람이지만 취향은 제각각이다. 윤민희 계장은 따뜻한 파스텔톤 꽃무늬를 담은 미니 러그를 선택했다. 연주영 주임은 게임
〈동물의 숲〉에서 볼 법한 싱그러운 나뭇잎 모양의 미니 러그를 만들기로 했다. 나뭇잎의 명암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초록색 실을 하나씩 비교하며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골랐다.
박은진 조사역은 실을 고르는 데 누구보다 신중한 모습이었다. 거울 테두리를 장식할 작품인 만큼 색 조합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평소 무언가를 만들 때는 제 마음에 꼭 맞아야 오래
사용하더라고요. 여느 때보다 고민이 깊었는데 연주영 주임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박은진 조사역의 말처럼 네 사람은 수업 내내 서로의 작품을 살펴보며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이소현 조사역의 선택은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에 등장하는 검은 고양이 ‘지지’였다.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인 만큼 자주 오가는 공간에 걸어두기
위해 이 도안을 선택했다.
터프팅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 빠르게 움직이는 바늘이 달린 터프팅 건은 반드시 캔버스에 밀착한 상태에서 사용해야 하며, 방아쇠를 당긴 뒤에는 일정한 속도와 힘을
유지해야 한다. 너무 강하게 밀면 팽팽하게 당겨진 천이 찢어질 수 있고, 반대로 힘이 부족하면 실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는다. 원하는 선을 따라 일정한 힘으로 터프팅 건을 움직이는
섬세한 손놀림과 집중력이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나무 프레임에 고정된 캔버스 앞에 선 네 사람은 아크릴 실 두 가닥을 터프팅 건에 끼우고 조심스럽게 첫 선을 그려 나갔다. ‘드르륵’ 하는 진동과 함께 실이 천 위를 따라 촘촘히
박히기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마음처럼 되지는 않았다. 곧게 이어가려던 선은 어느새 비뚤어졌고, 곡선에서는 실이 삐져나오거나 빈틈이 생기기도 했다. 특히 장시간 손에 전해지는 반동을
견디며 일정한 힘을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자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어느새 손끝도 터프팅 건의 움직임에 익숙해졌고, 비어 있던 캔버스는 저마다의 색으로 차곡차곡 채워져 갔다. 처음에는
걱정이 가득했던 네 사람도 서로의 작품을 응원하며 공방을 웃음으로 물들였다. 연주영 주임은 “평소에는 인사만 나누던 동료들이었는데 함께 작업하면서 서로의 취향과 성격을 알게 된 것
같아요”라며 새로운 인연을 만난 즐거움을 전했다. 세 시간에 걸친 터프팅은 배경을 모두 채운 뒤 섬세한 마무리 작업으로 이어졌다. 클리퍼와 가위를 이용해 실의 길이를 조금씩 다듬고
높낮이를 조절하자 작품에 한층 입체감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지막 트리밍까지 마치자 저마다의 작품이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냈다. 파스텔톤 꽃무늬 러그부터 초록빛 나뭇잎, 개성 있는 패턴 거울, 검은 고양이 ‘지지’까지. 각자의
취향을 담은 작품을 손에 든 네 사람은 서로의 결과물을 둘러보며 “생각보다 정말 잘 나왔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선이 비뚤면 어쩌지, 내가 망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풍성한 실이 빈틈을 메워주면서 멋진 작품이 완성됐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윤민희 계장의 소감에는
터프팅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소현 조사역도 “휴대폰도 보지 않고 오랜 시간 한 가지에만 집중한 게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몰입할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손끝으로 힘을 조절하고, 취향을 색으로 표현하며 완성한 작품에는 저마다의 개성과 세 시간의 몰입이 고스란히 담겼다.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터프팅 건도 어느새 익숙한 도구가 됐고,
어색했던 동료들은 서로의 작품을 응원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됐다. 일상을 다채롭게 물들이는 터프팅 작품처럼 이날의 경험도 네 사람의 일상에 오래도록 특별한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인사지원부 윤민희 계장
“제 작품의 이름은 ‘일 년 내내 봄’입니다. 새집에 둘 인테리어 소품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 꽃을 모티브로 한 미니 러그를 선택했습니다. 오늘처럼 한 가지 일에 오랫동안 몰입한 경험이 정말 오랜만이어서 즐거웠어요. 무엇보다 이 멤버들과 함께할 수 있어 더욱 뜻깊었습니다. 올해는 학업을 마친 만큼 다양한 취미와 새로운 경험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회수기획부 연주영 주임
“제가 만든 ‘너굴상점’ 러그는 게임 〈동물의 숲〉에 등장하는 나뭇잎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집 현관에 두고 ‘너굴상점 존’을 꾸밀 계획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귀엽게 완성돼 뿌듯했고, 올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새로운 취미에 도전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성과경영실 박은진 조사역
“알록달록한 색감이 마음에 들어 작품 이름을 ‘캔디팝’으로 지었습니다. 집에 있는 소품 공간에 세워 두고 작은 포토존처럼 꾸며볼 생각입니다. 색 조합을 고민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끝까지 집중해 작품을 완성한 것이 가장 뿌듯했습니다. 올해는 이렇게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취미를 꼭 찾고 싶습니다.”
디지털혁신부 이소현 조사역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에 등장하는 고양이 캐릭터 ‘지지’를 만들었습니다. 방 문이나 거울 옆에 걸어두면 잘 어울릴 것 같아 이 도안을 선택했고, 완성된 작품도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습니다. 이번 체험을 계기로 올해는 평소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에도 하나씩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