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예금보험공사 객원연구위원 여은정 교수
최근 제4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현재 더존뱅크, U뱅크, KCD뱅크, 소소뱅크의 4개 컨소시엄이 새 인가 를 위해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이번에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포용금융을 표방하고 있다. 제4 인터넷 전문 은행은 어떤 점에서 기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과 차별성을 가져야 하며 어떤 혁신을 이루어야 하는지를 고민해 보면 인가 조건이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이에 앞서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도 이제 설립 7주년 차에 접어듦에 따라 그간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해 먼저 짚어보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혁신, 경쟁 촉진, 소비자 편익 증진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3개 사는 저마다 약간씩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면서 흑자를 거두고 있어 나름대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도 이 세 가지 설립 목표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첫째 금융혁신 효과로 소비자 접근의 편의성, 금융중개와 결제의 혁신, 신용평가 혁신, 모바일 채널 집중을 통한 이용자 경험 개선, IT 혁신 등을 들 수 있는데 소비자 직접 설문이나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료를 참조할 때 다양한 금융서비스 접근성과 소비자 경험이 현저하게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같이 인터넷전문은행이 주도한 소비자의 금융서비스 이용 경험의 확연한 개선은 전체 금융권으로 파급을 가져왔다.
둘째, 은행산업 경쟁에 관한 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참여한 연구과제에 따르면 가계 신용대출 시장 및 비대면대출 시장에 대한 시장집중도 지표(HHI, CR3)는 인터넷전문은행이 2017년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이후 확연하게 낮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나아가 인터넷전문은행 더미를 설명변수로, 시장집중도를 종속변수로 통합회귀분석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에서 시차를 고려한 고정효과 모형 패널분석을 수행해도 이와 같은 결과는 강건한 것으로 나타난다. 즉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산업의 시장집중도를 완화시켜 경쟁을 촉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시장집중도가 은행산업 경쟁도를 나타내는 여러 지표 중의 하나로 가장 손쉽게 분석할 수 있는 지표라 그 의미가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셋째, 소비자 편익 증진 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금리대출과 금융포용 부분에서 효과를 살펴보려면 인터넷전문은행뿐 아니라 다른 인접 업권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자산 규모상, 이들의 중금리 대출만으로는 신용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금리 단층 현상을 양적인 측면에서 유의미하게 완화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금리 기관(시중은행)과 고금리 기관(저축은행)을 함께 고려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양적인 측면에서는 저축은행의 중금리 시장 진출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이러한 패턴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본격적인 영업 시작 시점과 겹쳐 나타난다. 가격(금리) 측면에서는 저축은행의 신용스프레드(신용점수 900점대 대출금리 - 700점대 대출금리)는 2017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하다가 2019년부터는 2%p에서 안정화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은 그 자체로 중금리 대출시장을 확대시켰다기보다는 다른 업권을 자극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의 전체 규모를 키우고 금리 스프레드를 낮추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에 이와 같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 보였던 여러 가지 서비스에서의 혁신이 사라졌다는 비판과 함께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사업을 집중해서 시중은행과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는 비난도 있다. 또한 설립 초기에 빈약한 자본력으로 인해 목표만큼 중저신용자 대출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도 직면하였다.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요소는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고도화된 신용평가 모형, 대주주 적격성 및 자금조달 능력, 건전성 관리능력 외에 기존 은행과의 차별성과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만약 새로 인가받을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상 특화라고 한다면 이에 걸맞은 혁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는 금융정보가 부족하여 제대로 된 신용평가가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인 Thin Filer라고 볼 수 있는데 일례로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이들의 매출 패턴을 예측함으로써 대출 상환 규모나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는 혁신 등을 창출할 수 있다면 유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매번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새로 논의될 때마다 목표 중금리대출 비중이 늘어나는데 이러한 현상은 은행산업의 건전성 및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향후 경기가 침체될 경우 자본력과 업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터넷전문은행 전반에 걸친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대주주 적격성과 자금조달 능력때문에 현재 논의되고 있는 컨소시엄들이 대부분 대형은행을 끼고 구성되고 있는데 대형은행 입장에서는 사업다각화 효과, 생산성 향상 등의 측면에서 안 할 이유가 없는 투자이겠지만, 감독당국에서는 혹시라도 이러한 과정에서 규제가 회피되는 부분이 없는 지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이론적으로 경쟁은 항상 효율성 제고의 핵심적 동인이기도 하며, 적절한 규제가 갖춰진다면 명백하게 사회적으로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적절한 규제’라는 부분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따라서 감독당국이 엄격한 인가 조건 하에서 상황을 보면서 경쟁 촉진과 금융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출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